<드라마인>은 2013년 한 대학원의 학생들이 시작한 공연예술 비평 글쓰기 플랫폼입니다.
초기에는 웹매거진 형식을 표방하여 주제도 정하고 정기적인 기획/편집 회의도 가졌습니다...만,
한 사람씩 대학원 과정을 마치면서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갔고,
후임을 찾지 못한 저만 남아서 근근히 꾸려가고 있습니다.
초기 운영 자금은 이미 오래전에 떨어졌고, 그때부터는 원고료를 드릴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하여 글을 청탁하는 일도 꺼리게 되었습니다.
한 동안 필자 개인 후원 방식을 적용해보기도 했으나 얼마 후 해당 서비스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사업을 접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사이트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컸습니다. 개인 블로그와 SNS로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는 지금 상황에서 굳이 이곳에 글을 게재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라는 질문에는 솔직히 아직도 확실한 답을 가지지 못합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드라마인>을 더 이어가 보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는 아직도 드라마인에 게재를 희망하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를 전합니다. 필자가 찾을 때까지는 이어가 보겠습니다.
두 번째로는 지난 10년간 쌓인 글 때문입니다. 귀한 글이 모인 곳을 누군가는 지키고 가꿀 필요가 있겠지요. 물론 제가 그럴만한 여력과 역량이 충분치 못하다는 걸 알고 그게 <드라마인>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일 겁니다. 하지만 대안이 생길 때까지는 제가 이어가 보려고 합니다.
대신 방법은 조금 바꿔보려고 합니다.
이제부터는 취미의 차원에서 이 사이트를 운영하려구요. 그동안은 고료를 드리지 못하는 게 늘 마음에 걸렸고 위축되었는데, 이제는 고료가 없는 걸 기본으로 하고 그래도 기꺼이 글을 보내주시면 감사한 마음으로 게재하도록 할게요.
좀 뻔뻔하죠? 근데 저도 에디터로서 아무런 대가 없이 일하는 거라서 그냥 뻔뻔하려고 해요. 아니 그냥 앞으론 이 일을 재미로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재미를 위해 앞으론 고료 대신 감사의 뜻과 필자님의 건필을 응원하는 마음에서 작은 '아이템'을 선물하려고 해요.
선물은 연필이 될 거예요. 당분간은 제가 수집한 (혹은 안 쓰고 아껴둔) 연필일 겁니다. 어떤 건 이제 더 생산되지 않는 '빈티지'일 수도 있고, 어떤 건 그렇게까지 귀한 건 아니더라도 최소한 제가 써보고 괜찮은 시판 연필을 선물로 드립니다. 글이 혹은 글쓰는 분들이 많아지면 저도 연필 수집을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은 '아이템'이 글쓰는 동기가 되긴 어렵겠지만, 부디 여러분께도 작은 재미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난 10년간 함께해주신 필자와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드라마인>은 광고 방해 없이 글을 읽을 수 있는 독립 매체로 남아 있겠습니다.
2023년 8월 31일 10주년 즈음에
드라마인 운영자 임승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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