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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22일 토요일

헤이노니 타루: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

by 에스티

(전날 또 다른 판소리를 봐야하는 바람에 첫공연을 아쉽게 놓쳤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틑날밤에"입니다. )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처음 소개하던 날 그는 당시 대세였던 스마트폰 블랙베리의 물리적 키보드가 가진 지저분함을 디스하면서 아이폰의 터치스크린 시대가 올 것을 예견했다. 그의 예언은 적중했고 심지어 블랙베리 역시 터치스크린 폰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다. 비록 그날 이후 우리는 고질적인 오타에 때로는 심각한 사고를 치는 일도 겪고 있으며,  급기야 아이폰에 블랙베리식 키보드를 붙일 수 있는 케이스가 등장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터치스크린은 출력과 입력이 공간적 구획으로 엄격히 구분되어 있던, 그래서 우리의 사고 또한 거기에 맞춰 움직여야 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커다란 (점점 더 커지는) 스크린이 필요에 따라 입력 장치가 되기도 하고 출력 공간이 되는 유연함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국악뮤지컬집단 타루(www.taroo.com)의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에서 나는 아이폰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유연함 같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햄릿>을 판소리로 한다. 그리고 네 사람의 배우 또는 소리꾼이 때로는 다같이 햄릿을, 또 때로는 이야기 속 인물들을 연기하기도 한다. 이 시도는 <햄릿> 하면 떠올리게 되는 ‘정통적’인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하지만 <햄릿>의 비평사나 공연사를 조금 살펴보기만 해도 이런 시도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것도 없다. 폴란드 출신의 저명한 연극 평론가 얀 코트에 따르면, “<햄릿>에 관한 연구 논문 목록은 바르샤바 전화번호부 보다 두 배나 두껍다”라고 한다. 아직도 전화번호부가 만들어지는지 의문이지만, 그리고 그때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은 전화번호도 많이 늘었겠지만, <햄릿>에 대한 연구 목록은 거의 작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만큼 학술적으로나 실천적으로나 다양한 시도가 끊이지 않는 이 <햄릿> 판이다 보니, 판소리 <햄릿>이 만들어진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클로디어스가 말하는 자연의 순리(“This must be so.”)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사실 단순히 국내 인지도를 생각할 때 판소리 브레히트보다는 판소리 셰익스피어가 먼저 등장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뮤지컬 <햄릿>이라는 범주에서 놓고 비교하더라도 이번 작품은 뛰다의 <노래하듯이 햄릿>이 전통문화를 적극 활용한 음악인형극이나 체코에서 제작되어 국내에서 오랫동안 공연된 뮤지컬 <햄릿> 의 뒤를 잇는 것이다. 따라서 후발 주자로서 <판소리 햄릿 프로젝트>는 단순한 형식적 변신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어야 했는데, 다행히도 텍스트에 접근하는 방식이나 이야기를 구성하는 방식에서 기존의 작업들로부터 발전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