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4일 목요일

진정한 위로와 힐링이란, 뮤지컬 《하늘아》

by 산책

‘K-Pop 스타 시즌4’에 출전한 이설아 참가자의 <엄마로 산다는 것은>이 요 며칠 화제다. “밥은 먹었느냐”는 엄마의 질문, “홱 닫은 방문”, “과일 한 접시”에 대한 기억들을 가진 사람들, 어느 새 늙어버린 내 엄마를 보고 엄마의 과거를 떠 올려 본 기억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누가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 부르기 시작했을까? 그런 말이 없었다면, 엄마의 삶은 어땠을까?
http://tvcast.naver.com/v/243464 *

이설아 참가자의 영상이 22시간만에 100만뷰를 달성했다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의 공감을 끌어 낸 것이다. “엄마”는 평범하지만 특별하다. 엄마는 보편적인 정서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각자의 개별적인 경험을 떠 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엄마라는 그 짧은 단어는 정말 많은 감정을 담고 있어, 엄마를 소재로 드라마나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일정 정도 이상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뮤지컬 <하늘아>는 남편을 잃은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딸마저 잃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런 소재는 주 플롯이 아니더라도 많은 드라마에 흔하게 삽입된다. 앞서 말했듯, “엄마”는 어느 정도 성공을 보장해 준다. 엄마와 딸의 행복하고, 친구 같은 관계를 두텁게 보여준 후, 갑자기 딸을 잃게 되는 엄마의 감정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다소 뻔한 구성이지만, 관객의 감정 이입이나 공감을 쉽게 끌어 낸다. 특히 뮤지컬 넘버들의 완성도가 매우 높고,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면서 극 전체의 정서를 잘 드러내고 있다. 여전히 생각나는 멜로디나 가사가 있을 만큼 호소력도 높다. 마치 수화를 하듯, 가사를 손으로 설명하던 몇몇 안무만 빼면, <하늘아>는 소극장 창작 뮤지컬로는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블로거들이 감동적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는 후기를 썼다. 엄마에게 잘하자는 다짐도 심심찮게 보인다. 이런 면에서 “감성 힐링 뮤지컬”로 소개되는 문구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수학여행”이란 단어로 시작된 긴장은 ‘가기 싫다는 딸을 억지로 보내는 엄마’의 모습에서 증폭되고, ‘받지 못한 마지막 전화’에서 극대화된다. ‘이제 그만 잊으라’는 주위의 보이지 않는 압력까지 언급되면서 당연하게 ‘세월호’가 떠오른다. 연출과 기획이 이 사건을 염두에 두었음을 숨기지 않으며, 세월호 사건에서 이미 많은 사람이 접했을 법한 에피소드들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과연 이 문제를 이렇게 다루어도 되는 것인지 조심스러우며, 의아하다. 여느 신파조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게 <하늘아>도 예쁘고, 슬프게 가족 간의 사랑과 이별, 그리고 모성을 다룬다. 그러나 우리는 세월호를 단지 모성, 가족 간의 사랑의 문제로 환원할 수 있는 것일까? 또 벌써 이 문제를 드라마의 소재로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이런 질문들에 답을 구하지 못하고 여전히 불편한 것은 무엇보다 작품에서 연출이나 작가의 어떤 태도, 입장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출은 “슬픔의 자리에서 함께 하는 것”이 최고의 위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기획은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자고 작품의 의도를 밝히고 있지만, 이 사건을 대하는 창작자의 태도를 읽기에는 부족한 것 같다. 유족들이 이 작품을 보러 왔다고 생각해보자. 이 이야기는 그들을 위로할 수 있을까? 벌써 극장에 앉아서 이 이야기를 지켜볼 수 있을지, 가족의 소중함이나 상실감만으로 그들의 심정이 표현될 수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여전히 복잡한 문제들이 남아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날의 충격이 옅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문제가 정리되었다고 할 수 없을 것 같다.

진정한 위로란 상대방의 입장에서 건네는 것이어야 한다. 타자로서 내가 느낀 슬픔과 내가 흘린 눈물이 과연 당사자의 마음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예술가도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게다가 세월호는 단순한 사고로, 또 가족을 잃은 남은 자들의 슬픔으로 환원될 수 없는 문제이기에 더욱 그렇다. 많은 이들이 함께 슬퍼했고, 분노했다. <하늘아>의 마지막 장면에서 혼자 남은 엄마는 딸이 남긴 CD를 듣는다. 아마 앞으로 저 CD를 수없이 반복해서 들으면서 엄마는 남은 생을 살아갈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불편했던 관객들에게 주는 실낱같은 희망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살짝만 힘을 주어도 찢어질 것 같이 얇은 막으로 이야기 전체를 마무리한 기분이다. 우리는 이렇게 살짝, 그리고 슬쩍 이 문제를 덮을 수 있는 것일까.  ㉦

*방송사의 유튜브 영상 공급 중단으로 인해 네이버캐스트 영상을 링크합니다. (편집자)
**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던 유가족 부모님들의 이야기가 직접 전해지는 채널이 있습니다. (편집자)
http://youtu.be/S2FMHTdgumI?t=1h4m3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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