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12일 월요일

5월 장바구니

by 산책

배가 바다 속으로 가라 앉았고,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있지만, 마음의 생채기는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꼬박 일주일은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 그 이후로도 여전히 쉽게 웃고, 떠들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5월의 장바구니도 무척 늦었습니다. 기다리시던 독자 분들이 계셨다면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4월에 예매해 둔 <노래하는 샤일록>을 겨우 보고 왔습니다. 도무지 웃고 싶지 않았고, “배”를 언급할 때마다 가슴을 꼭 여며야 했습니다. 공연도, 글도 다 재미없다고, 당분간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뷰티플 민트 라이트가 강제로 취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예술은 대체 뭘까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금, 노래를 하고, 듣고, 공연을 하고 보는 것은 (강제로 취소 되어야 할만큼) 부적절한 일인걸까, 그런 고민을 하게 됩니다. 저는 연극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이라 굳게 믿습니다. 때로는 위로를 받을 것이고, 때로는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무기력감을 떨치고, 힘을 내서 5월 공연들을 예매했습니다. 공교롭게도 5월에 고른 작품들은 이미 작품성을 인정받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들입니다.



아버지 역의 남명렬 배우와 소년 재엽 및 재진 역을 맡은 지춘성 배우 (2014 서울연극제 연기상 수상)
사진제공: 국립극단

<알리바이 연대기>, 4월 25일 – 5월 11일, 국립극단 백성희 장민호 극장, 김재엽 작, 연출 

2013년에 제50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연기상 2013 제6회 대한민국연극대상 연기상, 무대예술상 2013상을 수상했고, 한국 연극평론가협회 공연 베스트 3, 월간 한국 연극 공연베스트 7로 선정되었습니다. 수상 내역, 선정 순위와 관계없이 2014년 지금부터 1930여년까지 우리 사회의 중요했던 사건들을 아버지의 삶, 형과 나의 삶과 연결시키며 새로운 방식으로 되돌아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장바구니가 게시될 때는 이미 막을 내렸을 것입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보신 것 같지만, 아직 못 보신 분이 있다면 이번 가을에 열리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도 공연된다고 하니 조금 기다리시면 다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알리바이 연대기> 리뷰 보기




<황금용>, 5월 9일 – 18일, 서강대학교 메리홀, 윤광진 연출 

이 작품 역시 2013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최우수작품상, 연출상',  김상렬 연극상을 수상했으며,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선정 '올해의 베스트3', 한국연극지 선정 '베스트7', 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해 잘 모르고 있었는데, 주위의 추천을 받아 예매하게 되었습니다. 극중 황금용은 식당 이름입니다. 이 식당은 불법체류자들이 일하는 곳입니다. 이들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면 정당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행복하냐, 그것도 아니랍니다. 이주민과 사회 구성원들의 생활을 48개의 장면으로 보여주며, 배우들은 여자, 남자 뿐 아니라 곤충으로도 분한다고 합니다. 독일 극작가의 작품이지만 단일 민족을 자랑해 오던 우리 나라도 더 이상 이주민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생각해 볼 만한 점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푸르른 날에>, 4월 26일- 6월 8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 센터, 고선웅 연출 

이 작품은 작년에 이미 관극했습니다. 작년에도 많은 이들에게 소개했고, 올해 역시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한 번 더 보려고 합니다. 5. 18을 다루고 있지만, 작품이 시종일관 무겁거나, 윤리적인 판단을 강요하지 않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각자의 삶이 역사 속에서, 또 사회 안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것, 그러한 질곡을 빗겨가지 못한 사람들이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게 됩니다. 이러한 화해가 지금 우리에게 힘과 위로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

<푸르른 날에>를 다룬 이전 리뷰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