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9일 금요일

국립극단 <템페스트> 프레스 리허설

에스티의 첫날밤에

국립극단 450년만의 3색 만남 III <템페스트>
2014년 5월 9일(금)-25일(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연출 김동현
무대 여신동
조명 최보윤

일부러 폭풍을 일으켜 배를 조난 시키는 이야기. 어쩌면 이 시점 아니 시국에 도저히 해선 안될 연극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에 가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모든 걸 원래대로 되돌려 놓는 프로스페로의 힘은 그저 부럽기만 하다. 한동안 우리는 연극을 보면서 바다, 배, 침몰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우리의 상처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공연이 이번 사고를 맞춰서 기획된 것은 결코 아니지만, 이 시국에 '이런 연극'을 하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아픔을 기억하는 한 방식이 되길 기대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템페스트>는 2014년 4월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햄릿>이나 <템페스트>를 통해 연극을 죄지은 사람을 반성하게 만드는 힘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그 힘은 주로 말을 통해 전달되는데, 특히나 이 작품은 "말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에서 윤색을 맡은 김덕수 작가에 따르면 그 이유는 이 작품 자체가 "프로스페로 연출의 연극"이기 때문이다:

바다 한가운데 섬에서 벌어지는 <템페스트>의 모든 사건은 섬주인 프로스페로의 말에서 시작하고 그의 말로 끝난다. 나폴리 왕 일행의 배가 난파당하는 첫 장면을 비롯해 작품 전체가 프로스페로 연출의 연극이기 때문이다. 내 말대로 하라는 연출자 프로스페로의 지시와 말씀대로 했다는 무대감독 에어리얼의 보고가 사건들마다 반복된다. 둘이 주고받는 말은 부부의 눈짓과도 같은 신뢰의 언어이다. 친밀한 신뢰의 말은 처음 만난 청춘남녀 사이에서도 발견된다. 조난당한 나폴리 왕자 페르디난드는 낯선 섬에서 만난 미랜더가 자기 나라 말을 쓰는 것을 듣고서야 그냐가 여신이 아니라 지상의 처녀임을 확신한다. 그리고 그 말로 사랑을 나눈다. (프로그램, 4)
아쉽게도 8일 오후에 있었던 프레스 리허설에서는 세 장면 정도를 부분적으로 시연했기에 그 말들이 구체화되는 모습은 부분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배가 난파되는 첫 장면에서 그 긴박한 상황을 배우들이 무대 앞에 있는 마이크 앞으로 나와 '말함으로써' 보여준다는 점이나, 캘리번이 등에 짊어지고 있는 것이 '스피커'라는 점은 그의 '괴물성'을 말에서 찾고 있음을 짐작하게 해준다. (오달수의 캘리번에 대해 많은 관객들이 궁금해할 것임이 분명하지만, 이날 리허설에서는 맨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에 아주 잠깐 출연할 뿐이었다.) 그외에 여러 배우들이 함께 약속된 움직임을 사용해서 장면을 만들어가는 방식이나 다양한 소도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은 김동현 연출의 이전 작품들의 스타일을 공유하고 있다. 무대에는 쓰러져 가는 극장 무대가 펼쳐져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또한 이 작품이 프로스페로의 연극임을 드러내고 있다. 프로스페로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옷을 갈아입는 것 역시 지극히 '연극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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