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5일 월요일

2015년 1월 장바구니

글쓴이_산책

얼마 전(이라고 하지만 벌써 작년) <힐링캠프>에 소설가 김영하씨가 출연했습니다. 이렇게 암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감성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그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신은 소설가니, 책을 읽는 것으로 그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작년 이맘때, 장바구니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많이 보고 많이 쓰리라, 많이 생각하고 많이 느끼리라고 다짐했으나, 그 약속을 저 자신에게도, 또 독자들에게도(스크린 너머 어딘가 누구 있는 것, 맞죠?)지키지 못했습니다. 극장에 가는 것을 그렇게도 좋아하던 제가, 모든 일에 관심이 없어졌던 건, 김영하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제 마음의 감성 근육이 모두 쓸모없는 지방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사다난한 2014년을 보내면서 각각의 사건들을 쉬이 흘려 보내지 못하고 아파하고, 슬퍼하고 무기력하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근육을 다시 키워보려 합니다. 누군가의 삶을 지켜본다는 것, 이야기를 듣고 보고 말하는 것은 아직 닥치지 않은 일, 상상만 했던 일, 닥치지 않을 것이지만 두려운 일들에 마음을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해줄 테니까요.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전, 워밍업 하는 심정으로 가볍게 예매한 장바구니를 소개합니다.

<치킨 게임>, 1월 8일 ~ 10일, 두산 아트 센터, 스페이스 111 


가볍게 예매한 마음과 달리 내용은 가볍지 않을 것 같은 <치킨 게임>입니다. 두산아트센터는 아래와 같이 공연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극단 파랑곰의 연극 <치킨게임>은 2014 두산 빅보이 어워드 선정작으로 사회, 정치적 이슈를 방송 토론쇼 형식을 다룬 블랙코미디이다. ‘치킨게임’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는 정치학 용어로 극 중 진행되는 토론쇼 이름이기도 하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등 민감한 사안을 다루지만 중간 중간 등장하는 게임과 대국민문자투표로 공연은 하나의 ‘쇼’처럼 진행된다. 국가정보원 원장과 야당 국회위원이 출연하여 설전을 시작하고 출연자들은 ‘치킨게임’을 하며 점점 토론보다 게임과 승부에 집착한다.


치킨 게임에 대해 처음 배운 것은 학부 시절, 협상의 이해와 실제라는 과목을 수강할 때였습니다. 무척 치사한 방법이라고, 북한이 이런 방법을 많이 쓴다고 했던 교수님의 말이 떠오릅니다. 이런 작품은 무엇보다 재기 발랄한 유머를 꼭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인물은 희화화될 것이고, 상황은 우스꽝스럽게 흘러가겠지요. 그 안에서 어떤 문제를 날카롭게 다루는지 기대됩니다. 1인 1매 한정이지만 무료로 공연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두산 아트 센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시면 됩니다.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 1월 11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 


연말에 많은 분들이 이미 관람하신 것 같은데,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하네요) 저는 뒤늦게 궁금해져서 예매했습니다. (벌써) 작년 여름에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도 재미있게 관람했습니다. 재치있게 작품을 풀어냈고, 적절한(?) 수위 조절로 많은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았던 작품입니다. (무려) 마당 놀이의 세대 교체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는 이 작품에서 마당놀이라는 형식과 익숙한 <심청이>라는 텍스트를 어떻게 조화롭게 만나게 될지 궁금합니다. 극장식 마당놀이가 성공한다면 또 새로운 형식의 공연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고전을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을 어떻게 재기발랄하게 담아내는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리타>, ~ 2월 1일,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공효진, 강혜정 배우 때문에 한껏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리타>를 예매했습니다. 꽤 긴장감 넘치는 예매였는데요, 다들 여배우의 무대 연기가 궁금한가 봅니다. 물론 저도 최화정씨가 출연한 초연 당시 이 작품을 관극했는데, (그리 인상깊은 내용도 아니었는데) 또 예매한 것은 두 여배우가 궁금해서입니다. 그래도 과거와 다른 질문을 품어 봅니다. Educating Rita를 왜 이전에는 <리타 길들이기>라고 번역했을까요? 배움에 관심 없던 여성이(그것도 미용사라는 여성적인 직업을 가진 리타)가 학문과 배움에 눈을 뜬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21세기 한국에서도 그 내용에 공감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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