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25일 목요일

액션스타 이성용

글쓴이_산책

성공적으로 안착한 <액션스타 이성용>

오랜만에 대학로 소극장 작품을 관극했다.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눈에 띄었고, 공연 내내 크게 웃어 주던 관객들이 인상적이었다. 25세 청년이 자신의 꿈을 찾아 가며, 그 과정에서 오해했던 아버지를 용서하게 된다는 전체 줄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도 적절하다. 전체 이야기 안에 촘촘하게 삽입되어 있는 코믹한 요소들은 관객들을 충분히 재미있게 해준다. 작년 11월 첫 공연 후, 4개월간 공연되었고, 3월부터는 오픈 런에 들어간다고 하니 그야말로 대학로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작품인 것 같다.

영상을 사용하는 방법이 신선하고 재미있는데, 공연 시작 전 극장에 상영되는 인터뷰 영상과, 작품 예고편을 둘러싼 짧은 에피소드는 본 작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연극이 시작되면 화려한 액션 장면과 함께 등장인물을 소개하는데, 이때 자막으로 인물의 이름과 성격을 직접 보여준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하여 관객을 빠르게 이야기에 끌어 들이고, 서사를 압축해서 진행하는 점도 재미있다.

이소룡 + 성룡 = 이성용

주인공은 이성용은 무술 할 운명을 타고 났다. 처음에는 그 운명에 무심했으나, 예쁜 여자 때문에 영화 촬영 현장에 따라가고, 이것은 무술을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된다. 무술을 배우는 이유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절권도 사부님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고난을 경험하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결국 그는 타고난 운명과 무술 재능을 뽐내는 애제자가 된다. 그 가운데 출생의 비밀뿐 아니라 이성용의 아버지와 사부님과 숨겨진 인연까지 드러난다. 서사가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이야기들을 많이 경험해왔기 때문에 전체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 동안 어디선가 보고 들었던 이야기들은 절권도의 세계에서 이성용의 이야기로 다시 전해지고 있다. 여러 이야기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면서 끝없이 변전하는 것은 이야기의 세계에서 자연스러운 것(김영하, 읽다. 205쪽)이기 때문에 기시감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해두자.

다만 인물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고, 아쉽다. 주인공 이성용의 욕구는 매우 단순해서 서사를 지연시키거나 복잡하게 하지 않는다. 때문에 다양한 에피소드가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아들의 이름에 이소룡과 성룡을 모두 담고 싶었던 아버지의 마음처럼, 관객들에게 여러 가지 재미를 모두 주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이성용은 직진할 뿐이다. 무술에도, 소다미에게도,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도 모두 쏜살같이 진행된다. 아버지를 이해하기 위한 괴로운 과정은 잠깐이며, 무술을 익혀가는 장면도 너무 짧다.

게다가 그가 자신의 운명과 비밀에 다가가는 동안, 그래서 마침내 “내일의 액션 스타”가 되는 동안 그의 주변 인물은 슬쩍 지워진다. 소다미는 강두원을 잊고, 이성용을 선택해 줄 건지, 강두원은 왜 그렇게까지 사부님에게 도전해야 했던 것인지, 사부님은 왜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대역을 자처했던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성용보다 더 액션 배우가 되고 싶었던 장철구는 역시 타고난 사람은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뼈저리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그의 주변 인물은 복잡함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거나, 이성용보다 더 단순해 보이는 것이 아쉽다.

액션

어제의 액션 스타, 오늘의 액션 스타, 내일이 액션 스타들이 모두 등장하는 만큼, 이야기 곳곳에 무술 장면이 삽입되어 있다. 몸을 만들고,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숱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편집을 거칠 수 있는 영화나 TV 드라마도 아니고, 소극장에서 서로 합을 맞춰서 움직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정범철 연출의 전작 <병신3단로봇>을 이미 관극했기 때문일까. <액션스타 이성용>의 적당한 무술 장면들이 다소 아쉽다. 딸을 구하기 위해서 땀을 흘리던 로봇으로 변신하던 상철의 모습, 그가 흘린 땀이 객석으로 날아가기며 반짝이던 장면을 기억한다. <병신3단로봇>의 상철이 보며준 처절한 움직임을 보면서 사람이 로봇으로 변한다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감동했고, 어떤 관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강두원과 스승의 대결 장면이나 마지막 영화 촬영 장면은 차치하더라도, 이성용이 아버지를 용서하고 다시 무술 훈련을 시작하는 장면에서는 더 절실하고, 더 몸을 끝까지 사용하도록 했으면 어떨까. 이해할 수 없는 아버지를 이해해야 하고, 자신이 타고난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이성용의 복잡한 마음이 더 효과적으로 드러났을 것이다. 이성용은 이해할 수 없지만 이해하고 싶고, 동시에 아버지의 거짓말을 원망하고, 아버지의 거짓말을 믿고 20년간 미워하며 살았던 그 시간을 후회하기도 했을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 그의 마음이 얼마나 복잡했을지 다시 생각해 본다. 이런 그의 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의 움직임이 더 절실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몸으로 전달되는 강렬함과 에너지는 무대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다. 작은 무대는 늘 한계를 가지지만, 무대 위에서 불쑥 전해지는 진심은 그 무엇보다 객석을 감동시킬 수 있다. 90분간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무척 애쓴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조금 더 힘을 내주었으면 좋겠다.

이미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앞으로도 많은 관객들이 편안하게 선택할 수 있을 작품이다. 연극을 처음 접하거나, 또 아주 가끔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무대의 진심, 무대만이 가지는 힘을 더 강렬하게 보여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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