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월 25일 토요일

[두산아트랩] 굿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

by 백인경


한국 전통 무속 신앙인 무교(巫敎)를 하나의 종교로 볼 것인가 하는 데는 여러가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것의 제의 양식인 굿은 집단적 신명의 분출 방식으로 여전히 우리 문화 곳곳에 남아있다. 특정 종교를 떠나 하나의 전통 문화로 접근한다면 음악과 춤, 그리고 개개의 염원과 기원이 어우러져 하나의 신성을 이루는 굿의 현장은 흥미로운 주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진짜 제대로 된 굿판을 체험하기는 힘든 시대가 되었으며, 굿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아주 미미한 수준이다. 무지한 관객의 입장에서 <굿을 바라보는 3인의 시선>의 쇼케이스를 지켜보았다.

비빙(Be-Being)의 젊은 연주자들이 모여 그들 나름의 시선으로 해석한 굿을 무대 위에 펼쳐 놓았다. 그들의 굿판은 무대 한켠에 걸린 커다란 봉제 인형에 무녀 의상을 입히는 것으로 시작했고 그 행위는 마치 혼을 맞이하는 듯 느리고 그러나 정갈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숨 죽여 지켜보는 것으로 시작한 공연은 그들의 연주와 다양한 영상, 그리고 무녀의 등장에 이르기까지 다채롭게 진행되었다. 쇼케이스가 진행되는 60분은 빠르게 흘러갔지만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때문이었을까? 굿은 물론이며 전통 음악에 대해 무지한 이 관객은 어떤 호흡도 미처 따라잡지 못하고 공연 전에 나눠 받은 안내문을 뒤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세 명의 연주자가 해석한 굿에 대한 이야기가 각기 독립된 무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해서 그랬던 건지, 최소한 이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선 굿에 대한 내 나름의 이해가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이 신명을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받아들이기에 무대와 객석이 나뉘어진 블랙 박스라는 공간이 내겐 너무도 경직된 곳이라 그랬던 건지 정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굿에 대한 그들의 진지한 고민에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내심 미안한 마음 마저 들었다.


굿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라보는 시선. 극장을 돌아서면서,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음악 공연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남겨졌다. 이 공연에서 음악 외적인 부분들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일까? 나레이션으로 삽입된 무녀들의 인터뷰와 여러 종교적 메세지들을 편집한 영상은 그저 소리에 속하는 것일까? 해석을 요구하는 혹은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로 읽혀야 하는 것일까? (영상에 자막까지 등장하는 바람에 미처 안경을 준비하지 못한 나는 혹시 뭔가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심 불안해졌다.) 그들이 연주하는 악기 이외에 무대 위에 셋팅된 다른 오브제들은 음악을 연주하는 행위와 어떤 의미 관계를 이루고 있는가?


공연이 끝나고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에서 이 공연이 굿에 대한 그들의 오랜 워크샵의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질의와 응답을 통해 그들의 고민에 조금 더 가까이 귀 기울일 수 있었고 그제서야 비로소 이 공연에 대해 내가 취했어야 했던 하나의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굿은 접근하기에 따라 종교, 의식, 음악, 연행, 문화, 그리고 어떤 초자연적 에너지로도 읽힐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다채로운 특성이 굿을 매력적인 탐구 대상으로 만들지만, 그 연구에 대한 결과물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으로 탄생하기 위해서는 나름의 질서와 형식으로 재립되어야만 할 것이다. 공연이라는 장은 이 다채로운 특성을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구취하기에 얼마나 마침맞은가. 이번 쇼케이스를 통해 그들의 고민과 해석을 엿볼 수 있었기에 나아가 본 공연에서 그 고민과 공부의 단계를 넘어선 그들만의 신명나는 무대 한판이 기대된다.

함께 읽기: [두산아트랩3] 비빙의 젊은 연주자들이 바라본 굿 by 에스티

댓글 1개:

  1. 비빙의 작품들은 전통음악/예술/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어렵게만 느껴지는 공연인데요. 게다가 이 공연은 두산아트센터의 이라는 시리즈라서 더더욱 어렵게만 느낀게 아닌가 싶은데요. 필자가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한 상태에서 (대중의 시선으로만) 공연을 관람하고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 참 안타깝네요. 글을 읽으면서 내내 필자가 어떤 초조한 마음으로 공연을 봤을지가 그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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