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블이 리어왕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레이블이 리어왕인 게시물을 표시합니다. 모든 게시물 표시

2013년 12월 19일 목요일

《변호인》이 개봉합니다.

by 에스티


여기 저기서 많은 리뷰가 올라올 것 같습니다. 지금은 말을 아끼고 감상을 대신하여 리어가 죽은 셋째 딸 코딜리어를 안고 외치는 마지막 대사를 옮깁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보고 나서도 이 대사가 떠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께서는 <변호인> 예매를 서둘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은 하루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으니까요. 

내 불쌍한 바보가 목매달려 죽었다.
아냐,
안 돼,
생명이 없어!
어찌하여 개나 말이나 쥐는 살아 있는데 너는 숨을 쉬지 않느냐?
너는 다시 못 오는구나.
결코,
결코,
결코,
결코,
결코.
제발 이 단추 좀 풀어주게.
고맙네.
이것이 보이는가?
이 애를 봐!
봐, 이 애 입술을!
여기를 봐!
여기를 보라고!
(죽는다.)

- <리어 왕> 5막 2장 (김태원 역, 펭귄클래식 코리아, 301-2면)
*산문으로 되어 있는 원문을 인용자가 줄바꿈하였습니다.

2013년 12월 14일 토요일

프리뷰: 이윤택의 《혜경궁 홍씨》

by 에스티

이윤택 연출이 직접 쓰고 연출한 <혜경궁 홍씨>가 12월 14일부터 29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됩니다.

이윤택 연출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온 김소희 배우가 주인공을 맡아 60대 노인에서 10세 소녀까지 다양한 모습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영조, 사도세자 그리고 정조에 이르는 이 시기 는 TV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사용될 만큼 잘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작가가 혜경궁 홍씨가 쓴 <한중록>을 토대로 했다고 하며, 한 여인의 관점에서 궁중에서 겪은 끔찍한 사건을 돌아보고 있습니다. 이윤택의 팬이라면 기대해도 좋은 부분은 이번 작품에서 작가는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대사에서부터 인물의 성격에 이르기까지 매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극작 방식은 <문제적 인간, 연산>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할만합니다. 더불어 첫 장면에서 아들 정조와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꽤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서로의 입장 차이를 팽팽한 대화를 통해 주고받는 방식이 그리스 비극에서처럼 효과를 발휘합니다. (다만, 같이 본 다른 기자들은 좀 지루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옥집의 내실 삼면으로 된 무대는 회전무대 위에 올려져 원활한 장면 전환을 돕고 있습니다. 작고 좁은 극장에서 수동으로 돌아가는 회전 무대는 그것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나무와 창호지로 된 무대는 한옥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 문득 이 나무는 어느 나라 나무를 사용했는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 극에 등장하는 영조의 모습은 매우 독단적인 데가 없지 않은데 그 모습이 최근 북한의 모습과 묘하게 겹쳐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극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운 몇몇 대사들이 요즘 시국에 맞닿아 공명하는 지점도 보입니다.

우리 전통의 소리와 몸짓 또한 '국립'극단의 레퍼토리로 적절해 보입니다. 무대 공간 위에 악사들의 연주 공간이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백장 극장의 적은 객석으로 인해 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 무엇보다 아쉽습니다.

공연문의 국립극단 1688-5966 / www.ntck.or.kr

드라마인 <혜경궁 홍씨> 리뷰 바로가기



2013년 10월 18일 금요일

스즈키 다다시 <리어왕>

by 최희범

1.
몇 년 전에 스즈키 메소드 워크샵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다. 무엇을 위함인지도 잘 모르면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아래로 이동시키는(grounding) 낮은 자세, 상하좌우 흔들림 없이 걷는 연습 등을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도 이런 훈련이 실제 공연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궁금했었고, 워크샵 진행자들의 스즈키 메소드와 공연에 대한 열광어린 찬사를 보며 호기심이 더욱 커졌었다. 그 후 이번에 처음으로 스즈키 다다시 연출의 공연을 직접 보게 되었다. 오래 마음에 담아둔 호기심에 기대가 컸는데 나와 비슷한 기대를 품은 이들이 많이 있었는지,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의 분위기는 조용히 요동치고 있었다. 심지어 공연 시작 전 암전 상황에서 큰 박수와 함성이 쏟아지는 해프닝(!? 이전에는 공연 시작 할 때부터 관객들의 박수를 받는 공연을 본 적이 없었다.)까지 벌어졌다. 공연이 시작되고 배우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흔들림 없었고, 극도로 정제되어 있었다. 그런 움직임을 하기 위해 몸 전체를 의식하고 통제하고 있을 배우들을 보며 그들이 자신의 몸 전체로 뻗치고 있는 에너지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 했다.